숫자 0의 놀라운 역사, ‘없음’을 만든 인류의 위대한 발명

숫자 0, ‘없음’을 표현한 인류의 위대한 발견

우리는 지금 너무도 당연하게 ‘0’이라는 숫자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0’이라는 개념은 생각보다 훨씬 늦게 인류 역사에 등장했습니다. 숫자를 세기 시작한 인류는 1, 2, 3 같은 ‘있는 것’을 먼저 표현했지만, ‘없는 것’을 숫자로 나타낸다는 생각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없는데 그것을 굳이 ‘표현’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고대 문명에서도 숫자는 존재했지만, ‘0’이라는 개념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고대 이집트나 로마에서는 ‘0’을 나타내는 숫자나 기호가 없었기 때문에, 계산이나 자릿수를 구분하는 데 매우 큰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101이라는 숫자를 쓰고 싶어도, ‘0’이 없다면 중간에 ‘없음’을 표현할 수가 없었던 것이죠.

 

‘0’의 시초는 고대 바빌로니아(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됩니다. 이들은 기원전 300년경, 자릿수를 구분하기 위한 기호로 작은 점이나 공백을 사용했습니다. 다만 이것은 숫자 ‘0’이라기보다는 자릿수의 빈 칸을 표현한 ‘기호’에 가까웠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0’은 인도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7세기경 인도의 수학자 브라마굽타(Brahmagupta)는 ‘숀야(shunya)’라는 말을 사용해 ‘비어 있음’을 수학적으로 정의했습니다. 그는 ‘숀야’를 숫자처럼 계산에 사용하면서, 덧셈과 뺄셈에서 0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0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수학적인 ‘수’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인도식 0은 이후 아랍 수학자들에게 전해졌고, 이슬람 세계를 통해 유럽에까지 퍼졌습니다. 특히 유명한 아랍 수학자 알콰리즈미(Al-Khwarizmi)는 인도에서 전해진 십진법과 함께 0의 개념을 정리하고 널리 퍼뜨렸습니다. 이로 인해 유럽에서도 점차 ‘0’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중세 유럽의 계산법은 엄청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0이 수학에 본격적으로 들어오자, 인류는 자릿수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에서 정확한 계산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0은 이후 음수, 무한, 미분적분 등 수학의 확장 개념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말해 ‘0’은 단순히 ‘아무것도 없음’을 뜻하는 숫자가 아니라, 숫자의 위치와 개념을 확장시켜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학적 발명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오늘날 당연하게 사용하는 ‘0’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문명을 거치며 자리잡은 놀라운 개념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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